모든 것은 어디로

다들 어디로 갔을까나. 아무도 안 보이네.

보이지 않을뿐이지, 다들 잘 살고 있을 거야.

애초에 같이 있었던 건 그 자리에 모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딘가로 가는 도중에 만난 거였으니까. 이제와서 이런 당연한걸 이야기 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고 이야기해줄 사람도 없겠지만. 누군가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아는 체 해줄지도 모르겠다...

왠지 씁쓸해. 쓸쓸하기도 하고. 말장난인가? 하핫, 이라고 해봐도 딴지 걸어주는 사람도 없다는게 더 슬플지도. 아, 불쌍하다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는 거. 쓰고 싶다면 써도 괜찮지만 과연 그 대상에게 있어서 자신이 얼마나 '우월'한지 생각해볼 것. 우월하다면 상관엄서 우월하다면. 지금에서야 새삼스럽게 그리고 소심하게 생각하지만 역시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네. 누구나 똑같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 지금은 알 것 같아. 그렇다고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은 아니고. 물론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다들 어떨까?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있을 거고, 누군가는 취미에 불타오르는 사람이 있을 거고, 누군가는... 그래 뭐라도 하고 있겠지. 건설적인 일이든 아니든 뭐라도. 음 나는...

이상하다. 누군가한테 고백이라도 하는 듯이 떨리네. 내 경험상으로 봤을 때 이건, 내가 긴장하거나 흥분하고 있다는 건데. 어떤 것에 긴장하고 있는 걸까, 뭣 때문에 흥분하고 있을 걸까. 잘 모르겠지만 이글루라고 하는 이 곳에 글을 올리는 것하고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보다시피 이렇게 돌아왔어.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지만. 근데 아는 사람이, 그 시절에 있던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 거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보고는 싶었거든.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실망했거든. 아무도 없어서. 근데 당연한 일인 것 같아. 지금의 내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래갈 수 없었던 인간상들이었던 것 같으니까. 좋게 말하면 다들 개성이 강했다고 해야 할까.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에는 무리였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슬픈 건 슬픈 거고. 잠깐이나마 그렇게 모여 있었다는게 꿈만 같고 그러네.

대화에서 중요한 건 말하기 전에 들어주는 일─이라고 많이 들어본 거 같아. 그런데 내 생각에─ 아니, 이제는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희미한 기억 속에서 우리는 다들 자기 하고 싶었던 말만 했던 것 같아. 내 '기억'에 그렇다구. 뭐, 뒷이야기가 많겠지만 난 잘 모르니...

예전에 알던 사람들 중에 이 글을 봐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정리차원에서. 이거 아무래도 고해성사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찝찝할 것 같아서... 그래봐야 여기에 쓸 말이나 올릴 자료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화된 기억으로 남은 일들, 단순히 추억이 아닌─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었으면 하면서 이만.

by T모군 | 2010/12/27 04:31 | 트랙백 | 덧글(0)

오늘 제대로 미친 짓 했다 --

이런 동영상을 본적이 있다.

랜스 암스트롱이 도로 라이딩을 하다가 갑자기 산길로 들어선다.
같이 달리던 사람들도 덩달아서 달리게 되는데, 다들 넘어지고 뒹굴고 하는 사이에도 랜스는 계속 달린다.
몇몇 사람들이 잘 따라왔지만 결국 넉 아웃.
마지막에 랜스는 도로로 사뿐히 돌아와서 길을 계속 간다.

-라는 내용의 CF.
처음 보고 '아 뭐야 저거 사기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누군 그냥 도로 달려도 림 휠까봐(..) 조마조마 하는데...
나중에야 그 영상을 올리신 분의 덧글로 그냥 사이클이 아니라는 건 알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씁쓸했다.

-이런 나다.

이런 내가 오늘 무쟈게 미친 짓을 했다. --

아는 형과 라이딩을 했다.
아마 장난 삼아 말하는 거 같은데... 산악 싱글을 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엔 들고서라도 쫓아가야지! 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도로 라이딩이 끝난 후, 산에 접어 들었다.
─아, 결국 가는구나. 젠장, 오늘 체력단련 끝장나겠네.
자전거를 들고, 등산로를 뛰어갔다.
힘들다. 안 그래도 자전거 타느라 좀 피로했던 다리가 금새 지쳐온다.
...
엠티비를 타는 그 형도 처음엔 들고 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전거를 탄다.
나는 "이건 사기야!" 라고 외치며 따라갔다.
그래도 경사진 곳에서는 어쩔 수 없는지 끌바를 하면서 올라간다.
나는 내심 흐뭇해하며 같이 올라간다.
역시 산은 덥다, 그렇게 생각하며 힘든 종아리를 다시 재촉해서 한 걸음씩 올라갔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경사진 부분도 서서히 끝나가고 평평한 곳이 나올 조짐이 보였다.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올라섰고, 나는 미쳤다.
...

그것이 사이클로 산악 라이딩을 한 이야기의 서막이다.


오늘의 교훈 : 산은 엠티비로만 타자.

by T모군 | 2008/01/31 19:29 | 자전거 | 트랙백 | 덧글(5)

얼마전부터 생각해온 거지만

역시 아르바이트라는 건, 비정규직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할만한 일이 못 되는 것 같다.
아르바이트도 변변찮게 못한 내가 이런 말하는 것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평소 저런 생각을 한 것도 나름의 이유이지만 발단이 된 일은 어제의 전단지 아르바이트.

전단지.
사람들 눈치도 보이는 데다가 시동 켜져 있고, 차 주인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 차에는 도저히 못하겠더라.
나의 이 콩알쪼가리만한 심장으로는 말이다.

그리고 사탕 나눠주는 일.
하나 꺼내서 자세히 봤다.
과연 뭐라고 쓰여 있을지...



여대생과의 cool한 만남
추가 요금 없이 6만 원
24시간 영업

여대생 마사지



음.
여대생들과의 쿨한 만남이라.
정말 건전해 보인다.
만나서 쎄쎄쎄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차 한 잔에 담소?
마사지... 여대생이 마사지 하면 더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가 보다.

...

도저히,
나로서는 건넬 수가 없었다...

저런 영업집이나 돌리는 사람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은 없다.
그냥 그런 곳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할 뿐이지만
내가 막상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다.
뭐랄까, 자신의 행동방침이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이랄까...
거기다 낯을 꽤 가리는 편이라서 한밤중의, 그것도 술 꽤나 먹은 듯한 남자들한테 주기 힘들었다.

결국 한 40분 정도 하다가 구석에서 1시간 되기를 기다린 후에 전화해서 못하겠다고 말했다.
처음 가서 말할 때, 분명히 할 수 있냐는 물음에 약속했으니까 해야 된다고 대답했는데 이 꼴은 뭔지.

결론은
나의 한없이 약하고 작은 모습을 다시 한 번 똑똑히 인식했다는 것.
그리고 현재의 무책임한 마음으로는 무엇 하나 책임 있게 못하겠다는 생각.
마지막으로 앞으로 잡다한 아르바이트는 안 하겠다는 것.
이 꽉 깨물고 공부해서 자신의 전공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정말 운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불운 속에서 가치 있는 보석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전체적으로는 정말 씁쓸했지만...
그 안에서 찾아낸 가치는 한동안 무언가 텅 빈 듯 방황 아닌 방황을 하고 있던 나에게 격철과도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불은 이미 붙은 것이다.

by T모군 | 2008/01/27 11:41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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